김홍희의 《루트777》 길 위에서 시대의 방향을 묻다

김홍희 | Route 777
큐레이션 권학봉
사진: 《루트777》 사진집 발췌 7점, 2026년 신작 5점

《루트777》은 국도 77번과 7번을 따라 한반도의 해안선을 달리는 김홍희의 장기 사진 프로젝트다. 팬데믹 속 비어 있던 길에서 출발한 이 작업은, 이제 팬데믹 이후 달라진 사회의 구조와 사람들의 자리까지 바라보고 있다.

김홍희의 《루트777》은 국도 77번과 7번을 따라 한반도의 해안선을 달리는 장기 사진 프로젝트다. 파주에서 서해안을 따라 목포로 내려가고, 남해안을 거쳐 부산에 닿은 뒤, 다시 동해안을 따라 강원도 고성으로 올라가는 길. 이 길은 단순한 여행 경로가 아니다. 이중환의 《택리지》가 조선의 땅과 사람살이의 조건을 살폈다면, 김홍희의 《루트777》은 오늘의 한국을 길 위에서 다시 읽으려는 사진적 택리지에 가깝다.

그렇다고 이 작업이 한국을 친절하게 설명하려 들지는 않는다. 김홍희는 사건을 따라가거나 사회적 이슈를 정면으로 해설하는 방식의 사진가가 아니다. 대신 길 위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물과 표정, 비어 있는 풍경과 이상하게 남아 있는 기척들을 통해 이 시대가 어떤 공기를 마시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의 사진은 사건의 기록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자기 시대를 통과하며 남긴 목격의 형식에 가깝다.

이 목격은 어느 한쪽의 언어에 쉽게 기대지 않는다. 김홍희의 시선은 구호보다 먼저 풍경의 상태를 본다. 《루트777》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편이 옳은지를 선언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이 땅의 방향과 속도가 지금 제대로 된 것인지 묻는 일이다. 길 위의 폐허, 버려진 사물, 이상하게 고요한 해안, 어딘가 어긋난 풍경들은 모두 같은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번 큐레이션의 마지막에 소개하는 다섯 장은 아직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은 2026년의 《루트777》 연작이다. 김홍희는 이 사진들을 보내며 “팬데믹 때는 사람이 없어서 정말 심심한 사진집이 되었는데, 이제는 팬데믹이 끝나고 사회 구조 자체가 바뀐 것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은 이 작업이 과거의 한 시점에 묶인 사진집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처음의 《루트777》이 팬데믹 속에서 비어버린 길과 해안을 바라보았다면, 지금 이어지는 《루트777》은 다시 거리로 돌아온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서 있는 달라진 사회의 모양을 보고 있다.

시각적으로도 그의 사진은 쉽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다. 김홍희의 사진은 대개 요란한 장면을 만들지 않는다. 평범한 길, 낡은 표지판, 스쳐 지나갈 법한 사물,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풍경을 붙잡는다. 그런데 그 안에는 이상하게 날이 서 있다. 얼핏 보면 누구나 찍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따라 해보면 곧 알게 된다. 장면을 고르는 감각, 프레임 안의 거리감, 사물들이 서로 부딪히고 비켜서는 타이밍은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다.

김홍희의 사진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그가 장면을 과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대상을 멋있게 만들기보다, 이미 그곳에 놓여 있던 상태를 견디듯 바라본다. 그 태도는 오랜 시간 거리와 길 위에서 사진을 찍어온 사람에게서만 나온다. 무엇을 더 넣을지보다,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를 아는 감각. 《루트777》의 사진들은 바로 그 멈춤의 감각 위에서 만들어진다.

《루트777》은 이미 끝난 사진집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쓰이고 있는 길 위의 기록이다. 김홍희는 길을 찍지만, 결국 그 길 위에 남은 시대를 찍는다. 그리고 그 사진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이 땅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 길 위에 서 있는 우리는 누구인가.

《루트777》에서

아래 다섯 장은 김홍희가 현재 이어가고 있는 《루트777》의 새로운 장면들이다. 팬데믹의 빈 풍경을 지나, 다시 거리로 돌아온 사람들과 달라진 사회의 표정이 이 연작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루트777》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홍희는 길을 찍지만, 결국 그 길 위에 남은 시대를 찍는다.

김홍희

사진가. 거리와 길 위에서 동시대의 풍경과 사람들의 기척을 기록해왔다. 그의 사진은 사건을 설명하기보다, 한 사람이 자기 시대를 통과하며 마주한 장면들을 통해 시대의 상태를 드러낸다. 《루트777》은 국도 77번과 7번을 따라 한반도의 해안선을 바라보는 장기 사진 프로젝트로, 팬데믹 시기의 풍경을 지나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작가 홈페이지
kimhongh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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