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 활용, 포함과 배제

사진은 네 개의 직선으로 연결된 사각형 프레임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러한 사각 프레임은 주제를 포함시키기 위해 사용되지만, 적절한 방법으로 잘라내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이 사각의 프레임은 사진가가 사진 이미지를 디자인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결국 사각 프레임을 사용하는 이유는 주제로 시선을 집중시키거나, 주제가 보여주는 움직임을 강조하거나, 혹은 주제가 가지고 있는 특정한 상태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모서리를 활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 사진가는 우선 사진 속에 무엇을 포함시키고 무엇을 제외시킬 것인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신체의 일부분을 사진의 프레임으로 잘라내는 것은 사진에 일종의 긴장감을 부여하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무조건 잘라내서 사진 속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중요한 부분을 제외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도적인 잘라내기는 사진 전체 혹은 사진 일부분을 강조하기 위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 방법은 인물 사진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쓰여, 특정 인물, 인물의 일부분, 즉 얼굴이나 신체 부위 등을 강조하기 위해 다른 부분들을 잘라낼 수 있다. 동시에 잘라내는 부위와 남겨놓아야 할 여백 등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어떤 편집인들은 사진을 촬영할 때 크롭핑하는 것보다 촬영한 후에 크롭핑하는 것을 더 권장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많은 정보와 여지를 항상 남겨놓아야 하는 신문 사진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더 많다. 물론 사진을 촬영할 때 잘린 부분은 영원히 구제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을 살렸다가 나중에 언제든지 잘라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하지만 사진을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반대로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할 것 같다. 현장에서 뷰파인더를 보면서 가장 타이트한 프레이밍을 하는 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자신이 사진을 보는 시각 자체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의 모서리로 주제를 잘라낸다는 것이 처음에는 무척 힘든 작업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이제까지 배워왔던 대부분의 구성방법에 위배될 수 있고, 왠지 불안한 느낌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과감하게 프레임을 가져가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드라마틱한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위 사진은 조셉 로드리게스(Joseph Rodriguez)가 촬영한 사진으로, 왼쪽에 아기 엄마의 얼굴 부분을 과감히 잘라버리고, 오른쪽 방안에 있는 휠체어의 여자를 프레임 안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과감한 프레임은 사진 속에 적절한 긴장감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강조하는 바를 분명하게 전달한다. 사진가는 아마도 아이를 거꾸로 들고 있는 아이 엄마의 얼굴표정을 우리의 상상에 맡긴 것 같다.

위 사진은 80년대 미국에 경제공황이 오면서 중부 지역에 밀집되어 있던 자동차 공장들이 모두 폐쇄되고, 여기에 근무하던 많은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고 동부와 서부로 이주하거나 홈리스(homeless)가 되었던 시기를 촬영한 마이클 윌리엄슨(Michael Williamson)의 사진이다. 이 사진은 서울역과 같은 홈리스 밀집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마이클 윌리엄슨이 이 사진을 몰래 찍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1년 이상 해직 근로자들을 추적하면서 촬영했던 그가 굳이 몰래 촬영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진의 왼쪽 벽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얼굴은 버젓한 직장 생활을 하면서 행복한 중산층 가정을 일구었던 가장이 하루아침에 자신의 이름조차 내세울 수 없는 거리의 부랑자가 되었다는 익명성을 강조하기에 충분한 구성을 만든다. 오른쪽의 계단도 사진 프레임의 모서리를 잘 활용한 경우다. 최소한의 정보만으로도 사진은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구성력이 돋보인다.

글/김성민(경주대 조형예술학부 사진영상학과 교수)

<월간사진 2006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