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시 하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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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시 하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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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뫼비우스의 띠 입니다.  시인 배찬희 씨는 당시 국민대 재학생 이셨던 것으로 기억 됩니다. 

 

뫼비우스의 띠

 

내가 안 [內]이라 했을 때 
그는 늘 밖이라 했다 

내가 바람 건너간 빈 가지 위로 
사랑을 날려보냈을 때  
그는 주머니 속 가득 한기뿐인
이별 태엽을 감고 있었다 

내가 청계천 헌 책방에서
찾아낸, 향내 나는 한 권 책으로 
진리를 이야기했을 때, 그는
- 빈 들판으로 달려가던
   달려가 쓰러지던
   쓰러져 짓밟힌 - 
가시나무새가 토해내는 빛나는 
노래 한 자락을 들려주었다 

내가 늘 푸른 하늘 시려, 눈물 지을 때, 
그는 날마다 붉어지는 땅
아파 미소 지었다 

내가, 하늘을 새한테 빼앗긴 우린 
내일은 어느 하늘을 비행할 것인가 물어갔을 때 
그는 땅마저 사람에게 빼앗긴 우린
오늘은 어느 땅으로 떠돌 것인가, 일러주었다 
'떠돌다 숲속 푸르름이 되어버린 우리'라고 
- 그림자가 없어요 - 
밤새 노래하던 푸성귀 같은 벽
벽들이 
무너진다 
나의 덧없는 기우가 
그의 푸른 미소가 

무너져 내려 
눈물 마른 자, 깊은 한숨으로 쏟아지고 
추운 입김들의 따스한 성벽으로 다시 쌓일 때 
보.인.다
깃대 없이도 
펄럭이는 슬픔의 깃발
사랑과 진리와 아픔까지도 
그는 늘 밖이라 하지만 나는 
항상 [內]을 생각한다  

4 Comments
M 古九魔 2016.08.17 09:25  
캬~~ 좋습니다... 오늘은 시데이 인것 같네요~
M 온달2 2016.08.17 09:49  
좋은 아침
시가 있는 아침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M NewDelphinus 2016.08.17 11:06  
오늘은 시가 있는 스트로비스트군요..
좋읍니다..
M 권학봉 2016.08.17 15:29  
오.. 멋진 시가 있는 스트로비스트 코리아네요.
모든 예술은 어느정도 통한다고 하더니, 역시 시각에서 언어까지 멋진 취향들이십니다. !

축하합니다. 27 럭키 포인트를 받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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