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시 하나 올립니다.
1984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뫼비우스의 띠 입니다. 시인 배찬희 씨는 당시 국민대 재학생 이셨던 것으로 기억 됩니다.
뫼비우스의 띠
내가 안 [內]이라 했을 때
그는 늘 밖이라 했다
내가 바람 건너간 빈 가지 위로
사랑을 날려보냈을 때
그는 주머니 속 가득 한기뿐인
이별 태엽을 감고 있었다
내가 청계천 헌 책방에서
찾아낸, 향내 나는 한 권 책으로
진리를 이야기했을 때, 그는
- 빈 들판으로 달려가던
달려가 쓰러지던
쓰러져 짓밟힌 -
가시나무새가 토해내는 빛나는
노래 한 자락을 들려주었다
내가 늘 푸른 하늘 시려, 눈물 지을 때,
그는 날마다 붉어지는 땅
아파 미소 지었다
내가, 하늘을 새한테 빼앗긴 우린
내일은 어느 하늘을 비행할 것인가 물어갔을 때
그는 땅마저 사람에게 빼앗긴 우린
오늘은 어느 땅으로 떠돌 것인가, 일러주었다
'떠돌다 숲속 푸르름이 되어버린 우리'라고
- 그림자가 없어요 -
밤새 노래하던 푸성귀 같은 벽
벽들이
무너진다
나의 덧없는 기우가
그의 푸른 미소가
무너져 내려
눈물 마른 자, 깊은 한숨으로 쏟아지고
추운 입김들의 따스한 성벽으로 다시 쌓일 때
보.인.다
깃대 없이도
펄럭이는 슬픔의 깃발
사랑과 진리와 아픔까지도
그는 늘 밖이라 하지만 나는
항상 [內]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