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에게 묻다
겨울바람에게 묻다
詩人 신성수
겨울바람에게 물었다.
올해는 왜 그렇게 걸음을 서둘러 왔느냐고
사람들 남은 가을 더 담게 조금 더 기다려 주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물어 보았다.
바람은 대답 대신 허리를 한 번 크게 뒤로 젖히더니
큰 소리로 꾸짖는 것이었다.
계절이 제 철에 들지 못하는 것이 내 탓이냐고
내가 그랬느냐고
너는 무엇을 하였느냐고 따져 묻는 것이었다.
그랬다.
나는 낙엽이 마저 떨어질 것만 걱정하였고
가을을 정리하지 못한 것만 서운해 했던 것이었다.
바람의 말이 무서웠다.
계절이 제 철에 들지 못하는 것은
내가 그랬다. 내가 그런 것이었다.
자연이 제 자리에 편히 살도록
나는 아무 것도 해 준 것이 없었다.
자연을 함부로 하면
사람들이 설 곳이 없음을
겨울바람의 꾸지람을 듣고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어떻게든 몸을 웅크리고 바람을 피해 보려고 하였다.
그러나 움직일수록 바람은 큰 걸음으로 다가오는 것이었고
맞서고 피해 보려는 내 몸짓이
내가 생각해도 우스웠다.
우습다가 초라해졌고 슬퍼졌던
어느 가을날 오후였다.
[출처] 겨울 바람에게 묻다 (문예샘터)
오늘은
이 시한 수 읽으며
꿀잠으로 가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