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을 사랑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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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을 사랑하고 있구나

25 하동수 0 514 0 1

 11월을 사랑하고 있구나

 

 

 

  오해와 망상이라는 구멍이 웃어. 너는 노예일 뿐이야, 라고 말하며 툭 건드리고 떠나. 나는 틀에 잡혀 있어서 바보처럼 쫓지도 못하고 멍하니 바라만 보지. 낯익은 음악이 흘러나와. 우산을 든 사람들이 곁을 스치고 자동차 경적이 시끄러워. 건널목의 신호를 기다릴 때, 세상이 어떤 틀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지.

 

  푸른 새벽으로 기억되는 추억. 연인을 그리기도 하고 과거를 그리워하기도 해. 갖가지 현상으로 눈에 비추는 그것에 색칠 공부를 하고 참지 못해서 음악을 틀어. 너저분한 책상과 늘어진 책들, 밖에서 들리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나를 괴롭히거든.

 

  오늘은 111. 병원에 가서 의사와 깊은 대화를 나눴어. 만난 적 없는 유재하를 그리워하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내가 유재하를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랑은 일방적인 짝사랑이라는 것. 아아, 나는 그보다 더 나이를 먹었네. 미안해, 라고 말하고 싶어. 우울해, 라고 편지를 보내고 싶어. 앞으로 펼쳐질 무수한 11월을 벌써 걱정해. 나는 유재하를 사랑하고 있구나.



 https://youtu.be/2qxLHIHp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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