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입니다.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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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supadupa 5 4437 3 0

요즘도 그렇지만 저는 심심하면 S모시기 장비 커뮤니티의 자게에서 가끔 눈팅을 하지만, 별로 영양가가 없어서 장비 업글의 원천이자 플래그쉽과 최고급 렌즈를 추천하는 포럼에서 뒹굴거리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포럼을 뒤척이다 보면 주로 바디와 렌즈 스펙이 중심이고 라이팅에 관한 정보는 ttl, 혹은 결혼식 촬영시 국민셋팅, 또는 요즘은 고감도가 트렌드이니 라이팅 차라리 치지말라는 글이 대부분이죠, 아무래도 웨딩이나 돌스냅하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플래쉬라잇은 그저 무게를 늘리거나 원판촬영때나 한번 써보는 필요악의 물건으로 보시는 분이 많아서 그렇겠죠.

 

 저 역시 이전까지는 렌즈 만능주의, 바디 만능주의에 빠져서 사시미마냥 얇디 얇은 지갑을 털어서 극찬렌즈 혹은 호불렌즈 구매를 위해 전국단위로 직거래를 뛰어다녔습니다. 

 

 그리고 얇고 모자라는 지식을 채우기 위해서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책을 읽고 좀 더 사진에 심도를 가지고 공부하였지만, 공부는 공부고 결과물은 공부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경이로운 가벼움의 극을 달리더군요. 무엇을 찍는가? 왜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 얼굴을 찍는가? 프로 작가도 아닌데 뭘 그리 열심히 하는가? 그돈과 노력이면 더 많은 자기 계발에 힘쏟을수 있을텐데? 등등등 다양한 스스로에 대한 자문도 함께 몰려오고는 했습니다.

 

 

처음 라이팅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건 저 역시, 니콘 cls의 대부이신 조 맥널리 선생의 책들과 사진이었습니다. 

 

 친듯 안친듯 오묘하고 부드럽게 퍼진 조명과 30년의 노하우가 녹아든 그의 작품들을 보다보면 한동안 빠져살았던 스티브 맥커리 옹(물론 맥커리옹도 플래쉬 사용은 하십니다.)의 사진과는 또 다른 신성이 느껴졌습니다. 

 

'세상에 빛이 있으라'라는 성경의 구절처럼 오프슈에서 스피드라잇을 떼버리니 정말 다른 세상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2005년쯤 처음 외장플래쉬를 구매해서 바운스를 쳤을때 느꼈던 직광과는 또다른 세상이 열렸듯, 10년 가까이가 지나서야 스노비즘도 아닌 스트로비즘에 접한 것입니다. 


덕분에 또다시 바닥친 지갑을 열어 sb800 2개와 오로라의 소박, 그리고 라이트 스탠드를 구매하면서 이자료 저자료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자료 중 일부는 요즘 사진강좌에 5D종결자님께서 올려주시는 e-book자료들이었고, 그와중에 strobist라는 단어를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맥널리 선생의 극찬과(생각해보니 그는 니콘 usa 앰배써더입니다;) 사용하는 카메라가 니콘이라 자연스레 CLS에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오~ 니콘 플래쉬만 사용한다면 다수의 플래쉬를 노예삼아서 주인처럼 부릴수있겠구만!!이라는 생각에 눈이 멀어서 정말 말도 안되는 허접한 재질의 19000원짜리 플라스틱쪼가리 (내장플래쉬용 적외선 필터라고 부르지만, 실상은 마스터플래쉬로 사용되는 내장플래쉬가 피사체의 노출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발광부를 가리는 동시에 얇고 허접한 적외선 필터로 다른 슬레이브 플래쉬에 명령을 입력하는 역할입니다.)를 니콘샵에서 수소문끝에 구매하고서는  SU800 커맨더값을 아꼈다며 좋아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CLS의 적외선 통신 방식은 근접한 거리의 실내 스튜디오나 접사용 무선 외장 플래쉬가 아니고서야 햇볓이 쨍쨍한 야외로 들고가는 순간 사실상 내시나 다름 없는 짐덩이로 변해버립니다. 결국 19000원짜리 적외선 필터는 몇번 쓰지도 못하고 장롱행으로 감금당하게 되었고 새로운 대안을 찾기 시작합니다.

 얼마 후 TTL 케이블을 구입하여 핫슈에 연결하는 노가다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한장 찍으려면 옛 사진관 주인들처럼 한손 높이 소프트박스가 장착된 스피드라이트를 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무거운 카메라를 들며 하나둘 셋하고 촬영하고 있더군요.

 

 마침 그때 계약도 만료되었겠다, 백수가 된 저는 P&I와 조그마한 조명강의들을 전전하며 좀 더 유용한 플래쉬 사용법을 찾아 해멨습니다. 조명강의 때는 베트남으로 취업을 준비한다고 그리 열심히 집중하지는 않았지만, 몇가지는 확실하게 배우게 되었습니다.

 

 플래쉬사용시 셔터스피드는 배경의 노출을 좌우하고, 조리개는 피사체의 노출을 조절하며, iso는 이 둘을 간접적으로 서포트한다.

 

그리고 얼마후 구매한 오프 더 슈를 외치며 자신있게 구입한 용누오의 무선 트리거 셋트 YN622를 이베이를 통해 구입하였습니다. 하지만 이것또한 사용하는 과정에 발견된 결함이 있어서 홍콩딜러와 옥신각신을 하다가 결국 장롱행을 택하게 되었고, 한동안 TTL케이블의 제약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 와중에 베트남 취업은 컨택한 회사의 부도와 함께 물건너가버렸고, 한동안 스트로비스트의 꿈도 문닫아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직장생활로 바뻐지고, 지방파견때문에 먼지쌓이는 카메라와 장비들이 아깝다고 생각이 드는 요즘, 주말마다 알바라도 해야겠다면서 지인들의 행사 촬영들을 맡게 되었습니다. 뭐 그럭저럭 오더가 몇 건 있어서 좀 더 새로운 기술을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들 무렵, 그와중에 포토샵 강좌의 권학봉작가님의 유튜브 강좌를 통해 스트로비스트코리아를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루하루 배우고 싶었던 강의를 보는 즐거움에 살고 있네요. 

 

 

 3줄요약: 니콘 CLS는 야외에서 참 안좋다.

           조 맥널리는 잘찍지만, 니콘 CLS는 구리다.

           스트로비스트코리아 덕분에 잘 배우고 있습니다.

 

퇴근도 얼마남지 않고, 자유게시판에 글이 많이 올라오지 않아서 작성한 짧은 뻘글이었습니다. 

5 Comments
M 주르 2016.03.28 20:29  
추천 드립니다. ^^
22 supadupa 2016.03.28 21:28  
감사합니다^^
M 권학봉 2016.03.28 20:47  
아주 공감되는 내용입니다. ^^
이쪽으로는 딱히 입문서나 기초 이론 같은게 정말 빈약하죠.
그래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익히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읽으면서 마치 제 이야기인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
22 supadupa 2016.03.28 21:31  
감사합니다.^^ 오히려 제가 권작가님의 글들과 강좌를 통해서 느낀 감정들을 제 경험에 반영된 것 같네요, 처음엔 스튜디오 조명관련 서적을 사놓고는 지루해서 10쪽도 못보곤 했는데, 이제는 좀 내용이 이해가 가는것 같네요.
17 이성현 2016.03.28 22:11  
ㅎㅎ 조금만 눈을 돌려 해외를 보면 스트로비스트가 참 많은데.. 국내엔 왠지 조명을 안배우려고 하더라고요. 관련 서적도 전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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