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지루할 수 있는 예술 이야기 (뇌피셜)
소설을 쓸 땐 미문을 생각했습니다.
그 미문은 아름다운 문장을 의미하기도 했고
흔한 것을 흔하지 않게 표현하는 것이기도 했으며
문장의 운율을 살리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사진도 소설도 둘 다 예술입니다.
어린 시절 게임 아이디로 썼던 단어는 Bewilder 였습니다.
당황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생각해낸 아이디였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프란츠 카프카는 생전 인정을 못 받았지만 지금은 대문호 취급을 받습니다.
그가 말했듯 소설은 하나의 도끼입니다.
그것은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충격이겠죠.
충격.
그러나 프란츠 카프카는 너무나 앞서나갔고
이는 '충격'이 예술가가 지향해야할 지점이지만 당대의 인정을 받기란 어렵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그럼 충격이 아니라 다른 대안이 무엇일까요?
저는 '당황'을 생각했습니다.
당대 사람, 특히 예술 지식이 없는 '대중'은 예술가에게 돈을 지불합니다.
때문에 많은 프로 등단작가들이 가명으로 웹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7~80년대에는 소설가가 선망받는 직업이었고 당대의 인기를 누리면 집 한 채 거뜬히 살 수가 있었습니다.
요즈음은 그렇게 벌 수가 없습니다.
장강명 작가 말대로 출판사가 작가에게 거짓말하고 돈을 빼돌리기도 하거니와
실질적으로 책이 잘 팔리지가 않습니다.
사진도 소설도 둘 다 돈이 안 되는 세상입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렵네요.
저는 '당황'을 목표로 예술을 할 생각입니다.
마치 게임에서 상대방을 당황시키려 노력했듯 말이죠.
'충격'은 너무나 앞서나가는 것이지만
'당황'은 반발짝 앞서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승훈은 대중가수가 대중보다 반발짝 앞서나가며
대중이 충분히 따라올 수 있게 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신승훈의 앨범을 들어보면 발라드의 비중이 낮고 다양한 실험적 음악이 함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론.
예술가는 '당황'스러운 예술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충격'스러운 예술 작품을 만들어봤자
사후에 인정받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