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컵라면, 그 고독한 서사시

밤은 깊고,
배는 고프다.

달빛은 창가에 스며들어
싸늘한 방바닥을 은은히 비추고,
내 마음은 텅 빈 컵라면 용기처럼
공허함으로 메워진다.

찬장을 뒤적이니,
유통기한 임박한 컵라면 하나.
그마저도 없었다면
나는 이 밤을 어찌 견뎠을까.

끓는 물을 붓고,
3분이라는 짧은 영겁을 기다린다.
면발 사이로 피어오르는 김은
나의 고독을 형상화한 듯
춤을 추며 허공으로 흩어진다.

첫 젓가락.
입 안 가득 퍼지는 MSG의 향연.
그것은 슬픔도 기쁨도 아닌,
다만 삶의 씁쓸함을 닮은 맛.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모두 비워낸 컵라면 용기.
그것은 마치 나의 텅 빈 마음과 같다.

달빛은 여전히 창가에 머물고,
나는 빈 용기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컵라면처럼 짧고,
허무한 것인가.

아니,
어쩌면 컵라면처럼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컵라면과 함께
밤의 적막을 견뎌낸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날을 맞이할 것이다.

컵라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