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컵라면, 그 고독한 서사시

밤은 깊고,
창밖엔 달빛이 차가운 은빛 칼날처럼 내려앉는다.
고요한 적막 속에서,
내 마음은 텅 빈 캔처럼 공허하게 울린다.

배고픔이라는 야수가,
나의 영혼을 잠식하려는 순간,
찬장 깊숙한 곳에서,
한 줄기 빛이 새어 나온다.

그것은 바로,
붉은 갑옷을 입은 용사,
컵라면.

뜨거운 물을 붓는 순간,
수증기는 마치 신화 속,
용의 숨결처럼 피어오른다.

꼬불꼬불한 면발들은,
인생의 굴곡진 여정을 닮았고,
매콤한 향기는,
지친 나그네의 심장에,
따스한 위로를 전한다.

달빛 아래,
홀로 컵라면을 음미하는 이 순간,
나는 비로라도,
한 편의 서사시를 쓰는 시인이 된다.

하지만 시는 짧고,
라면은 금방 사라진다.

빈 컵만이 남은,
이 쓸쓸한 현실 속에서,
나는 다시,
고독한 방랑자로 돌아간다.

내일 아침,
해장국을 먹으러 가야지...

(댓글)

ㄴ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ㄴ 컵라면은 역시 야식
ㄴ 국물까지 원샷
ㄴ 시인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