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컵라면, 그 쓸쓸한 서사시

밤은 깊고,
창밖은 고요하다.
가로등 불빛만이
쓸쓸히 방 안으로 스며든다.

어둠 속에서,
나는 찬장을 뒤적인다.
손에 잡히는 것은,
익숙한 붉은색,
컵라면이다.

끓는 물을 붓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밤의 적막을 깨뜨린다.

젓가락을 들고,
면발을 건져 올린다.
후루룩,
후루룩.

고독한 영혼을 달래주는,
이 밤의 만찬.

달빛 아래 컵라면,
그 쓸쓸한 서사시는,
오늘도 계속된다.

하지만 내일 아침,
나는 또 다시 깨닫겠지.

텅 빈 컵라면 용기처럼,
나의 통장 잔고도,
텅 비어있다는 것을...

그래도,
오늘 밤은,
컵라면과 함께,
잠시 현실을 잊고,
달빛 아래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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