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로의 "작은" 여정(캄보디아편 #2)

사진 에세이

경계로의 "작은" 여정(캄보디아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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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명절은 잘 쇠시었나요. 저는 노트북이 너무 느려터져서 포맷했다가 라이트룸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며칠을 끙끙 앓았습니다. 질문 게시판에도 올리고 그래픽카드 드라이버도 다시 깔아보고 온갖 시도를 해보았는데 결론은 다소 허무하게 났습니다. 노트북에서 깔아준 윈도우8을 윈도우8.1로 업그레이드 하니 제대로 되네요. 고객센터에서 받은 메일에 호환성 추천 버전이 안 그래도 8.1로 되어 있더니 그래서 그런 건지 다른 걸로 그런 건지... 일단 살려 놓기는 했는데 제 노트북이 라이트룸과 포토샵을 너무 버거워하네요. 보정할 때마다 차라리 죽여달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제가 아직 보내줄 수가 없어서 심폐소생술 해 가며 달래 가며 쓰고 있습니다. 돈이 좀 모여야 편하게 보내 줄 수가 있을 텐데요. 아무튼 나중에 라이트룸 깔았는데 저처럼 현상 카테고리에서 사진이 깨지면 윈도우를 8.1이나 10으로 업데이트 해보세요.

 

캄보디아편 #2 - 톤레샵 호수

 

  노트북 말썽 때문에 늦어진 2탄은 캄보디아의 "톤레샵 호수"입니다.

톤레샵 호수는 호수 중 동양에서 가장 크고 전 세계에서 세번 째로 크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제주도만큼 크며 호수까지 나가면 수평선이 보일 정도로 큽니다. 시엠립에서 툭툭이로 약 40분 정도 달려야 하고 시가지 길을 한참, 시골 길을 한참 달립니다. 이 톤레샵 호수는 물 위에 높게 지어진 수상 가옥과 맹그로브 숲으로 유명한데요. 오늘은 그 사진들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보면서 이것저것 얘기할게요.

  참고로 앙코르와트 쪽으로 다니면 하루에 15달러로 툭툭이를 이용할 수 있으나, 톤레샵 호수 쪽으로 나가게 되면 추가 비용을 달라고 합니다. 저는 바콩사원과 톤레샵 호수, 그리고 저녁에 공항까지 가는 걸로 해서 25달러를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타보니 진짜 멀긴 멀더군요. 추가 비용 주는 게 맞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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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툭툭이를 타고 시골 길을 한참 달리면 작은 선착장에 도착하게 됩니다. 여기서 표까지 끊게 되는데 50달러를 달라고 하더군요. 너무 비싸다고 깎아 달랬더니 대충 "당신 하나 때문에 몇 명의 사람들이 움직이는지 아느냐?"며 설명을 했습니다. 참고로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출발하게 되면 총 관광시간은 약 2시간 30분 정도가 됩니다. 그리고 제가 타는 배는 3종류입니다. 처음으로 위 사진에 보이는 모터 보트를 타고 들어가다 조금 더 큰 배로 갈아탑니다. 그 큰 배로 수상가옥을 구경하고 수상 휴게소 같은 곳에 가면 작은 뗏목으로 갈아타는데 그게 맹그로브 숲으로 갑니다. 맹그로브 숲을 보고 나오면 다시 큰 배를 타고 나와서 위의 작은 모터보트로 갈아타는 식으로 다시 거꾸로 나오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약 2시간 반 정도가 지납니다. 금액이 비싸기는 하지만 배를 찔끔 타고 내리는 게 아니라 한참 탄다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 위 사진처럼 냇가인지 강인지 모를 물줄기를 타고 달리는데, 제가 쟤보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15분 정도는 달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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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것이 수상가옥입니다. 저렇게 강 위로 한참 높게 집이 지어져 있고 베란다에 화분을 내놓거나 빨래를 널어놓습니다. 그리고 집집마다 배가 한척씩 묶여있고요. 그리고 그 배 위에서 그물을 손질하거나 아이들은 물로 다이빙을 합니다. 그리고 가는 곳곳에 물고기를 잡기 위한 그물통이 떠다니고요. 가끔 커다란 부표처럼 물 위에 떠 있는 돼지 우리가 있습니다. 돼지들 몇마리가 물위에 뜬 채로 길러지는 거죠. 아주 이색적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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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시는 것처럼 교회입니다. 수상가옥 중에는 마을회관도 있고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도 있습니다. 어설픈 영어로 대화한 거라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600여 가구가 있으며 인구 수는 약 4천 명이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정확지 않은 정보입니다만 제가 보트 운전수한테 듣기로는 그랬습니다. 그리고 각 집마다 배를 한 척씩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 배가 조금 더 큰 모터 보트입니다. 뒤쪽에 초등학교 교실 의자같은 것을 설치해놨고요. 재밌는 게 제가 탄 배를 운전한 운전수가 아주 어린 아이였다는 겁니다. 본인 말로는 15 살이라는데 아무리 봐도 그렇게 안 보이더군요. 아래 그 베스트 드라이버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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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곳이 수상 휴게소같은 곳인데 식당입니다. 밥이나 음료를 먹으라고 계속 권유를 하고 저곳에서 쉬면서 한참 시간을 끕니다. 아무래도 돈을 좀 쓰라는 의도같은데 다른 관광객들도 굳이 뭘 사먹지는 않더군요. 아무튼 저런 조그만 친구에게 제 관광과 목숨을 맡기고 배를 탔네요. 근데 뭐 물살도 없고 넓은 강이라서 무섭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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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가 씽씽 달리는데 이리저리 기울고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네요. 눈으로도 보고 싶고 사진도 찍고 싶고 정신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제가 가장 기대했던 맹그로브 숲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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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휴게소에서 아주 작은 뗏목으로 갈아타고 숲으로 들어갑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맹그로브 숲은 밀림이면서 호수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나무들이 물에 잠겨 있는 기이한 숲이죠. 캄보디아는 1년 내내 우리나라의 여름 같은 날씨입니다. 덥고 습하죠. 그런데 계절이 두 개로 나뉘는데 바로 건기와 우기입니다. 4월부터 11월까지가 우기이기 때문에 제가 갔을 때는 우기입니다. 우기가 되면 맹그로브 숲은 저렇게 물에 잠깁니다. 최소한 5개월 정도를 물에 잠겨 있는데도 저 나무들은 죽지를 않는데요. 잔잔한 호수 위를 천천히 떠다니다 보면 정말 신기하고 기묘한 기분에 시간가는 줄을 모릅니다. 역시 여기서도 꽤 오래 배를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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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이 뗏목을 운전한 선장님입니다. 34살이고 아이가 둘 있다고 합니다. 이름은 캐리라고 하고요. 지금 캐리가 들고 있는 것은 물고기를 잡는 망인데 남편이 쳐놓은 것이라고 하네요. 저에게 물고기를 보여 주려고 계속 건지는데 결국 물고기는 없었습니다. 저보다 더 아쉬워하던 모습이 기억이 나요. 그리고 저 망 안에서 민물 새우가 몇 마리 잡혔는데, 부레옥잠의 물에 뜨는 부분을 조금 잘라서 새우 등의 뽀족한 부분을 꽂습니다. 그리고 물에다 던져주면 새우가 부레옥잠에 매달려서 물 위를 둥둥 떠다니며 헤엄쳐 다닙니다. 가라안고 싶어도 못 가라앉는 거죠. 관광객을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입니다. 그러다보면 새우는 결국 부레옥잠에서 빠져서 도망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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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렇게 뗏목 앞에 타서 노를 저어 갑니다. 나무 사이를 지나갈때는 손으로 나무를 밀어가면서요. 왼쪽에 다른 배도 보이네요. 아무튼 이렇게 맹그로브 숲을 한바퀴 돌고 나면 다시 왔던 길을 거꾸로 돌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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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바로 톤레샵의 몸통입니다. 저게 바다가 아니고 호수예요 호수! 그리고 캄보디아 관광에서 사진 찍기 좋은 점 중 하나는 바로 구름인데요. 열대 기후이다 보니 갑자기 큰 구름이 생성되어 소나기가 왕창 쏟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뭉게구름을 아주 스케일 크게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 구름이 멋져서 사진을 막 찍어댔는데 나중에 보니 아주 흔한거더군요. 아, 그리고 저기 나갈 때는 큰 모터 보트를 탔는데요. 그 꼬마 운전수가 배 앞쪽으로 나가도 된다고 해서 그 뭐라고 하죠? 배 앞쪽 코처럼 나온 부분에 걸터 앉아서 저 경치를 구경했습니다. 실내가 아니라 실외석이었던 거죠. 정말 실제로 보면 그 스케일에 가슴이 뻥 뚫리고 짜릿합니다. 사진이 잘 나온 건 아니지만 저 수평선을 꼭 보여드리고 싶어 올려봤습니다. 이렇게 해서 톤레샵 호수 관광이 끝이 났네요.

  혹시 앙코르와트같은 유적지에 감흥이 적으신 분은 꼭 톤레샵 호수에 들러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특히 여자분들이 엄청 좋아할 것 같아요. 배도 탈 수 있고요. 앙코르와트를 보기 위해 시엠립으로 여행을 가신다면 톤레샵 호수를 꼭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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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오다보니 멋진 남성분이 수영을 준비하고 있네요. 뒤태가 아주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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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오는 길에도 구름이 너무 멋있어서 카메라를 손에서 놓을 겨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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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선착장에 다달았을 때 소 두 마리가 유유히 강을 건너네요. 잘 보시면 저 멀리 한 마리 더 보이시죠? 소가 있다고 웃으니 그냥 속도 늦춰서 소부터 보내고 천천히 다시 운행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정말 오늘의 톤레샵 호수는 끝입니다. 사진 얘기, 보정 얘기 언제든 좋습니다. 다음에는 관광객들이 모이는 야시장과 앙코르와트 등 사원 이야기를 해볼게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사진들 보니 다시 캄보디아로 가고 싶네요ㅠ 

 

PS : 제가 지금 라이트룸이 상태가 안 좋아서 예전에 보정해 놓은 걸 카카오톡으로 폰에 옮겼다가 그걸 다시 컴퓨터로 옮긴 건데 화질이나 색깔이 좀 이상해진 것 같네요...망했네요...

12 Comments
34 등대 2016.09.21 08:25  
덕분에 좋은구경 잘했습니다.
상세한 설명덕에 제가 여행을 다닌 기분 입니다.
꼭 가보고 싶다고하니 딸이 한번 가자네요.^^
13 Kingkong 2016.09.21 14:39  
여행 후에 좋았는지 여부는 다시 가고싶은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근데 캄보디아는 가 보신 분은 다들 다시 가고 싶어 하시더라구요ㅎ 따님과 가면 아주아주 좋을 것 같아요^^
M 권학봉 2016.09.21 09:38  
근처만 한번 훝고 그냥 지나간 저같은 사람에게 정말 멋진 여행기인것 같습니다.
뭔가 함께 여행하고 있는기분이 들어요. 다음에 가면 꼭 한번 저도 배를 타고 나가봐야겠습니다.
사진도 정말 좋고, 캄보디아의 열기와 습기가 전해지는듯한 분위기네요.
맹그로브숲에서의 일몰과 일출시 빛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정말 궁금하고 말입니다.
멋진 여행기 감사히 잘 봤습니다. !
13 Kingkong 2016.09.21 14:40  
앗 대장님! 저도 사진에 관심이 생기면서 가장 큰 변화가 그 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습니다. 한번 가 본 곳이라도 봄에는 어떨까 겨울에는 어떨까. 아침은 어떨까 밤엔 또 다를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까 다시 가보고 싶고 애착도 더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사진 참 좋은 취미같아요^^
M 古九魔 2016.09.21 14:54  
캄보디아의 바다같은 호수... 꼭 한번 가보고 싶어지는군요.. 킹콩님 덕분에 캄보디아에 대해 잘알고 나중에 여행에 대비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카톡으로 사진 옮기시면 화질이 저하됩니다... 원본으로 옮기셔야 하는데 그게 어떻게 설정하는지 헷갈리네요.. 저는 메일로 나에게 쓰기 해두고 화일첨부를 한후에 나중에

카톡으로 보내거나 컴이 안되는곳에서 업로드하거나 합니다... 그냥 저만 사용하는 방법이니 참고만 하세요 ^^

축하합니다. 13 럭키 포인트를 받으셨습니다.

13 Kingkong 2016.09.21 16:04  
저도 원본 설정이었다고 기억하는데 크게 해놓고 보니 사진이 좀 이상하네요. 메일로 일단 백업해두는 거 참고하겠습니다. 항상 미리미리 해야하는데 컴퓨터 말썽 일으키고 나서야 후회하는군요ㅠ 캄보디아 호수 꼭 추천합니다 ㅎㅎ

축하합니다. 10 럭키 포인트를 받으셨습니다.

31 카제 2016.09.21 16:18  
전송 옵션에 보시면 원본으로 보내는거 있습니다 ㅎ
24 hielo 2016.09.22 19:29  
멋집니다
저도 언젠가 이런 사진 에세이를 써보고싶네요
그나저나 어딜 가야 쓸텐데.,...ㅋㅋ
13 Kingkong 2016.09.22 19:42  
저도 처음 나가봤습니다 ㅋㅋ 근데 한번 나가니 자꾸 나가고 싶네요 ㅎ 이것저것 생각 말고 한번 나갔다 오시죠. 혹시 캄보디아로 가신다면 제가 많이 알려드리겠습니다 ㅎ
3 루메트리 2016.11.07 03:32  
와 진짜 멋집니다 ㅋㅋㅋ
1 UsGray 2017.01.27 09:24  
사진의 화질이 너무 좋네요.
여행기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2 badaory 2017.06.15 21:37  
좋은 글과 사진 잘 읽고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