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예술의 이해
요즘 길을 다니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손에 카메라를 쥐고 있다. 캠퍼스를 거닐다가도 여기저기 찰칵찰칵 사진 찍는 학생들이 눈에 띈다. 1백여 년 전만 해도 엄청나게 신기한 발명품이었던 사진기가, 이제는 너무나도 대중적인 장난감이 됐다. 그래서일까, 많은 대학교의 사진에 관한 교양강의는 날이 갈수록 인기가 치솟는다. 우리대학교 학부대학에도 사진에 관한 교양강의가 있다. 매 학기 빈자리 없이 강의실이 꽉 차는 ‘사진예술의 이해’. 이 과목을 강의하는 우리학교의 유일한 사진학 교수, 신수진 교수(학부대학․인지과학연구소)를 만나기 위해 유억겸기념관을 찾았다.
사진? 좋아서 했어요! “어릴 때부터 사진취미는 있었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사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사진을 시작했죠. 중학교 들어가면서 아버지 카메라를 자꾸 넘봤더니, 아버지가 카메라를 하나 사주셨어요. 그게 계기가 되서 취미로 혼자 사진을 찍게 됐어요.” 누구나 그렇듯이, 그녀도 사진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처음 손에 쥐었다. 잊을수 없는 그 때 그 사진 신 교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사진도 여행을 하다 만나게 됐다. “미국 서부여행 중 콜로라도 강 다리를 건너는데 그 주변에 휴게소 하나가 있었어요. 화장실만 떨렁 있는 곳이었는데, 인적도 드문 곳이었어요. 근데 거기 콜로라도 강에 다리를 놓으면서 찍어놓은 기록사진들이 벽에 붙어있는 거예요, 화장실 벽에.” 신 교수는 그 순간에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역사가 짧다. 때문에 그들은 그 짧은 역사를 보완하기 위해서 스스로 사진으로 역사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이란 나라가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만들기 위해서 사진이란 매체를 얼마나 잘 썼나, 하며 샘도 나더라고요.” 그녀는 그때의 충격과 시기를 잊을 수가 없다. ‘심리학’과 ‘사진학’ 사이에서 신 교수는 우리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사진을 가르치는 사람이 왜 심리학을 전공했는지,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왜 사진을 가르치는지 의아해 하곤 한다. 왜 사진작가가 되지 않으셨죠? 사진을 전문적으로 공부했지만, 신 교수는 사진작가 혹은 사진기자 같은 사진을 ‘찍는’ 직업을 갖지 않았다. “전 사람을 찍는 것을 굉장히 무서워했어요. 겁이 많았거든요. 대학 시절에 선배들이 데모 현장에서도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전 겁이 나서 한 번도 찍지 못했어요. 만약 제가 대담하고 용기가 많았다면 아마도 이론가가 아닌 사진가가 돼있겠죠?” ‘사진심리학’이란 새로운 분야 신 교수가 심리학과 사진을 접목시켜 논문을 쓰며 박사학위를 준비할 때만 해도 ‘저사람 참 신기하다’ 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사진심리학’을 굉장히 넓은 분야라고 생각하고 신 교수에게 질문을 던진다.
신교수를 만나 인기강의 ‘사진예술의 이해’에 관한 질문을 빼놓는 것은 필름 없는 카메라 셔터를 무작정 누르는 일이 아닐까. 사진예술의 이해가 왜 인기강좌인지 비결을 귀띔해 달라는 질문에, 그녀는 “시험을 안 봐서 아닌가?”라며 활짝 웃었다. 사진으로 말 하세요 사진 찍는 취미를 가진 연세인들에게 몇 마디 조언을 부탁했다. 하루하루 더 즐거워지는 삶 신 교수에게 사진은 ‘세상을 보는 창’이다. 그녀는 사진을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고, 기억하고, 이해한다. ‘하루하루 점점 더 행복해지는 것’이 삶의 목표라는 신 교수는, 스스로가 마음을 쏟는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즐거움이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일을 ‘잘’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진정으로 ‘잘하는’ 일이 아닐까. 스스로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을 선택하고, 그것을 잘 버무려 자신만의 분야를 구축해가는 신 교수. 큰일을 하고 싶어서가 아닌, 단지 그것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새로운 분야의 선구자가 된 그녀의 모습에서 ‘즐거움’이란 인생의 가장 큰 필요조건을 가슴에 새기게 됐다.
글․사진 김영아 기자 imstaring@yonsei.ac.kr 출처 : 연세춘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