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근의 `아줌마` 사진

사진작가 소개

오형근의 `아줌마`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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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오형근의 `아줌마` 사진
최봉림


 

오형근(1963년생)은 1999년 <아줌마>라는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새로운 형태의 초상사진에 찬사와 비난이 교차했다. 비평가들은 특정 민족, 계급 혹은 직업의 전형적인 신체적 특성을 포착하는 소위 ‘유형학적 초상’을 들먹였고, 보수적 작가들은 작가의 무례한 촬영형식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이러한 센세이션은 어쨌거나 한국사진계에서 오형근하면 ‘아줌마’ 사진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사실 ‘유형학적’이라는 평가와 무례하다는 비판 모두는 정당한 것이었다. ‘ 결혼한 여자’ 혹은 ‘나이든 여자’들을 향해 정면에서 플래시를 터트려 차려입은 중년여성들에 고유한 화장법, 그들이 애호하는 장식과 복장, 표정의 유형들을 폭로하는 촬영방식은 분명 한국 아줌마의 전형을 귀납적으로 상정케 하는 형식이었다. 아울러 짙은 화장으로 번들거리는 피부를 드러내고,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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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 앞에서 이상적 자아를 연출하려는 아줌마의 의지를 무장 해제시키는 작가의 카메라 워크는 모델의 사진적 기대를 무참히 꺾는 무례한 태도이기도 했다. 대낮에도 섬광조명을 써서 얼굴 부분에 과다한 빛을 주고 여기에 적정노출을 맞춰 배경을 어둡게 떨어뜨리는 오형근 특유의 촬영기법은 ‘아줌마’라고 불리는 한국 여성들의 신체적 특질과 그 외관을 구성하는 장식적 표상들을 백일하에 폭로하는 일종의 ‘무례한 유형학적 초상’이었다. 이 인물사진에는 전통적 초상이 추구하는 모델의 이상적 아름다움의 연출도 정신성의 탐구도 없었다. 모델의 사회적 신분을 실제보다 고양시키려는 어떠한 허구적 장치도 없었다. 각 아줌마의 헤어스타일, 화장법, 복장은 아줌마의 신체적 욕망을 표상하는 기호였고, 1990년대를 사는 도시 아줌마들이 공유하는 사회적 욕구의 기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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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무늬 옷을 입은 아줌마>는 짙은 눈썹과 입술 화장에 소녀 시절의 단말머리를 하고, 광채 나는 귀걸이, 진주 목걸이를 하고 있다. 그리고 번쩍이는 쇠줄은 핸드백을 장식한다. 그런 아줌마가 선한 눈매, 젊음의 미소, 고상한 표정을 포기하는 순간 작가는 눈높이 아래서 플래시를 터뜨렸다. 그러자 그녀의 몸에 있는 모든 것은 ‘아줌마’의 속성을 지시하는 기호들로 변했다. 단발머리는 소녀시절을 욕망하는 기호로, 짙은 화장은 몸에 새겨진 세월을 감추려는 기호로, 화려한 장식은 부를 과시하려는 기호로, 호피무늬는 ‘97년 3월 27일’에 찍힌 한 아줌마의 특이한 취향의 기호로 읽혀진다.

오형근의 ‘아줌마’ 사진이 한국사진사에서 갖는 중요성은 여기에 있다. 모델을 이상화하는 해묵은 초상의 술수를 거부하고, 고상한 내면성을 드러낸다는 초상의 전통적 시도를 배격하고, 이렇게 인간의 얼굴을 한 시대를 지배하는 욕망이 만들어낸 기호들의 형상으로 파악한 점이다.   

 
『경향신문』 2007년 2월 10일 게재

 

 

 

 

 

 

 

 

 

 

 

 

 

3 Comments
17 이성현 2015.09.01 07:51  
재미있는 작업이네요.
M 운영자 2015.09.01 20:37  
멋진 작업인것 같습니다.
내면의 어떤 의식적인 것을 꺼집어내는 것 보다, 외형적인 솔찍함이 때로는 더욱 강렬하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좋은 작가 소개 감사드립니다.
8 소라빵 2019.09.08 20:20  
이런 주제 설정도 있네요..... 저도 흉내좀 내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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